졸업 후의 향방이 결정되고, 어느 정도 근거리의 미래는 고정이 되고나니
확실히 일상에 약간의 안정감이 생겼다.
이젠 주말은 충실하게 휴식하고 또 즐기는 시간으로 보낼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드디어 옐다에서 그저 읽고 싶은 책을 꺼내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옐다의 책 콜렉션은 정말로 괜찮은 것들이 많아서 이것저것, 뽑아서 코를 박고 읽고 싶었다.
오늘이 그 숙원을 풀 수 있는 첫 날이었다.
에스노그라피적인 시각에서 세계의 다양한 가정을 촬영한 사진모음집과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을 뽑아들고 앉았다.
아서오빠는 일중독자답게 맥북과 노트를 꺼내들고 주말에도 일을 했다. 이젠 말리기도 귀찮다.
옐다는 커피나 다른 음료 뿐만 아니라 식사 메뉴도 너무너무 훌륭해서 디저트에는 눈길도 별로 가지 않았다.
올해 들어서 단 것에 대한 욕구가 많이 떨어져서 더더욱 그랬던 것도 있다.
그런데 아서오빠가 스트레스로 밥을 먹어도 허하다며 시킨 브라우니에 나는 할말을 잃었다.
이게 대체 무슨 비쥬얼.
먹기도 전에 조그마한 브라우니케익 한 조각에 집중력은 안녕을 고했다.
무슨 맛인지 먹어보고 싶지 않아? 브라우니가 말을 거는 듯 했다.
이런 기분 묘사할 때 과장하는 거 매우 싫어하는 내가, 실제로 저런 생각을 했으니 말 다했다.
맛도 배신하지 않았다. 달기는 한데, 기분 나쁘지 않았다.
작은 걸 둘이 깨작깨작. 한 명은 일하면서, 한 명은 책 읽으면서 포크로 긁어먹다보니 어느새 그릇이 비워졌다.
사진으로 다시 보는데 또 말문이 막힌다. 진짜 기막힌 맛이었다.
사장님은 카페 여시기 전에 영화를 하셨다는데, 사실 음식에 타고난 재능이 있던 게 아닌가 의심이 간다.
부담스럽지 않고, 그런데 계속 당기는 맛의 음식을 이렇게 잘 만드는 카페가 학교 근처에 있다니.
위치는 정말 별로인데 주말마다 북적거리는 이유가 있다.
한 일주일 새에 커피잔들이 겨울느낌 나는 것들로 싹 바뀌었다.
그 전에 쓰시던 잔들도 소박하니 정감있는 것들이었는데, 이젠 정말 빼도박도 못하는 겨울커피잔들이다.
옐다의 커피는 진해서 나같은 카페인 정키들에겐 애정이 가는 타입이다.
묽어서 이게 물인지 보리차인지 분간이 안되는 커피들과는 클래스가 다르다.
처음 나올 땐 커피기름과 거품이 하얗게 위에 떠서,
거품을 빨리 마시는 걸 좋아하는 나는 옐다의 커피를 사랑할 수 밖에 없다.
최근 덧글